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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스토리] 1부, 학부에서 박사과정까지 나의 20대 이야기
송현서(UNIST 신소재공학부)




10 대 시절 나는 공부 외의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10 대의 본분은 그저, 공부라고 생각했다.




내가 고등학생 일 때 예쁜 옷을 입고 수업을 가고, 연애를 하고, 해외 여행, 교환 학생을 가는 대학생인 친언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학 생활을 꿈꿨다. 이후, 대학생이 된 나는 공부 외에도, 다양한 경험들을 하려고 노력했다. 전공 공부 이외에도, 대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교 입학처 소속의 홍보대사를 시작으로, 각종 캠프, 국내외 봉사활동, 국토대장정 등 대학생이라면 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대외 활동들에 참여했다. 그리고 과외를 해서 모은 돈으로 방학마다 해외 여행을 갔다.

모든 경험을 할 때 느꼈던 감정들이 생생히 남아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특별한 기억은 국토대장정과 호주에서의 했던 스카이 다이빙이다.

국토대장정을 한 시기는 평균 온도는 39.6 도로 폭염 주의보가 내린 때였다. 무더위 날씨에 내 몸무게의 절반 무게의 배낭을 매고 하루에 20 km 도 넘게 행군해 300 km 거리를 완주했을 때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스스로가 대견했다.




 


스카이 다이빙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헬기 탑승 전 전문가 분께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15000 ft (4.572 km) 높이에서 뛰어내린다는 것이 어떤지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 설레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겁이 없었단 것을 확인 하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타고 있던 작은 헬기는 끝도 없이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만큼 높이 올라갔고, 올라갈수록 헬기의 작은 몸체는 바람에 심하게 흔들렸다. 헬기가 추락이라도 하는 것은 아닐지 그 자체가 무서웠다. 어느덧 15000 ft 에 도착한 헬기의 문이 열리자, 강풍이 위협적으로 헬기를 흔들며 헬기 속으로 들어왔고 나는 겁에 질려 절대 뛸 수 없다고 필사적으로 울먹였다.

내가 겁에 질린 순간 첫 번째, 두 번째 낙하 팀은 순식간에 뛰어내렸고, 이내 세 번째 순서로 뛰어야 했던 나와 교관님은 사정 없이 낙하 자세를 취했고, 헬기 밖으로 몸을 던졌다. 아니, 나는 거의 구름 속으로 던져졌다. 순식간이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뛰어내렸던 낙하 자세에서 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지상을 바라보며 팔과 다리를 모두 대(大) 자로 벌린 자세로 바람의 저항을 느끼며 한참을 떨어졌다. 구름들을 빠른 속도로 가르며 떨어지다 보니, 60 초가 지나 낙하산을 펼쳤다.

낙하산을 펼친 후엔 비교적 평정심을 가지고, 하늘에서 보는 자연 풍경을 만끽하며 지상으로 내려오는 시간을 즐겼다. 놀이 기구조차 못 타는 나는 이 때도 바람에 낙하산과 몸이 빙빙 도는 것이 어지럽기도 했으나 그래도 발 아래로 보이는 자연 풍경을 보는 것은 황홀했다.

긴장을 많이 한 탓에 지상에 도착했을 때는 다리가 풀려서 한참을 웃으며 바닥에 앉아있었지만, 행복했다. 무서워서 못 한다고 했던 순간은 찰나로, 구름 사이를 뚫고 내려와 오직 낙하산에 몸을 의지해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 보았던 것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어려운 일을 마주할 때면 종종 이런 경험들이 떠오른다. 무섭거나 힘들었던 순간은 찰나로 지나가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이 때의 경험들을 생각하면, 모든 어려운 일들이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대학생 때 했던 크고 작은 모든 경험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시간이 지나, 학부 마지막 학기가 되었고, 난 대학생의 신분으로 마지막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검색했다.

그렇게 알게 된, Fame Lab Korea 대회.

‘Fame Lab Korea’ 대회는 매년 영국에서 열리는 ‘Fame Lab’ 이라는 국제 대회에 출전할 한국 대표를 선발하는 대회이다. ‘Fame Lab’ 대회는 약 52 개국 나라가 참여하는 과학 축제로, 참여자가 각자의 연구 분야를 대중에게 3 분 동안 설명하는 대회이다. 특히, 이 대회는 ‘과학으로 소통’한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3 분 동안 PPT 등의 발표 자료 없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Fame Lab Korea’ 대회는 ‘Fame Lab’ 대회와 마찬가지로 3 분 동안 자신의 연구 분야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 대회인 ‘Fame Lab’ 과 다르게, ‘Fame Lab Korea’ 대회의 발표는 한국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인이면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다.

Fame Lab Korea 대회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음악도 하나의 학문인데, 전공자만이 음악을 즐기는 것이 아니구나! 그런데, 왜 과학은 전공자만이 관련이 있는 학문이라 여겨지고 있지? 신기하네! 사실 과학도 음악과 같이 인간의 삶과 분리할 수 없는 것인데……

게다가, 52 개국이라는 적지 않은 국가에서 참여하는 국제 대회인 Fame Lab 대회와 그 대회에 참여할 한국 대회를 선발하는 Fame Lab Korea 라는 대회 자체가 대중성이 없다는 것이 신기했다. 게다가 Fame Lab Korea 최종 10인으로 선발된 선배들을 보니, 서울대학교, 카이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대학에서 연구 중인 대학원생들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수의사, 학교 과학 선생님이 직장이신 분들도 계셨는데, 이처럼 다양한 연구 분야를 가진 다양한 직업 군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 참여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런 대회를 공대생인 나 조차도 처음 접했다는 건 정말 전공자들만이 과학을 즐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과학 대중화라는 이 대회의 목표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럼에도, 대회 신청서를 제출할 때 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사실 나는 아직 이렇다 할 연구 분야가 있는 박사나 박사과정생도 아니고 인턴 연구원을 하고 있는 대학생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다. 단 3 분 동안 연구 분야를 요약 발표 하는 것을 인턴 연구원인 내가 해도 되는 것일지 걱정이 되었다.


 




 


 



거듭 고민 끝에, 지원조차 않고 포기한다면 나의 인생에 많은 후회가 남을 것 같아 결국 신청서를 제출했다. 예선 통과도 못 할 것 같아, 남몰래 지원한 대회였지만 그래도 역시 후회는 남지 않도록 몇 날 며칠을 고민하여 고심 끝에 예선 대본을 정해 발표 연습을 했다.

1 차 예선 합격은 했으나, 믿기지 않았다. 기쁨도 잠시, 1 차 예선 대본으로는 최종 10 인까지 노리기엔 대본의 흐름상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고민 끝에 지도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교수님들 성향에 따라, 이런 활동을 싫어하시는 분도 계시고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다행히도 김지윤 (울산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부) 지도 교수님께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소프트 로봇 분야 전반적인 내용을 3 분 안에 쉽게 설명 할 수 있는 흐름을 어떤 식으로 전개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 주셨다.

먼저 교수님께서는 발표를 할 때는, 발표를 다 듣고 집에 갈 때 기억에 남는 한 단어, ‘Take Home Message’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특히, 학술대회 발표처럼 정보 전달이 목표가 아니라, ‘Fame Lab Korea’ 대회처럼 대중에게 과학을 쉽게 전달해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런 관점에서 교수님께서 보시기에 나의1 차 예선 대본은 ‘Take Home Message’ 가 약한 것 같다는 것이 피드백을 주셨다. 그리고, 기존 금속성 로봇의 단점을 산업용 로봇의 위험함으로 설명하며 발표를 시작하는 것은 소프트 로봇의 설명 범위를 너무 좁힌 것으로 보인다는 피드백도 주셨다.





교수님께서 주신 피드백을 바탕으로, 대본의 흐름을 고민했다. 소프트 로봇을 상징하는 한 단어를 무엇으로 하면 좋을지, 소프트 로봇이 로봇 분야에서 갖는 의의를 고민했다. 동시에, 로봇 전공자가 아닌 대중들이 듣기에도 가장 쉽고 간결한 한 단어는 무엇일지 고민했다.

고민 끝에 정한 한 단어는 ‘문어’ 였다. 내 발표의Take Home Message 로 ‘문어 같은 로봇, 소프트 로봇’ 를 정해, 발표 대본을 작성해, 2차 예선에 참가했다. 1 차 예선 때와 다르게, 2 차 예선은 현재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선배 기수 분을 포함해 더 여러 명의 심사위원 분들이 계셨지만, 1차 예선 때와 달리, 자신감 있게 참여한 2 차 예선에서는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발표를 보여드렸다.





2 차 예선 결과 최종 10 인에 선발이 되어, 1 박 2 일 동안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에 참여했다. 마스터 클래스는 영국 BBC 의 전직 PD 였으며 유명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말콤 러브(Malcom Love) 와 최종 10 인으로 선발된 다른 9 명의 동기들과 함께 진행되었다. 1 박 2 일 동안, ‘Fame Lab’ 대회의 목적인 ‘과학 소통’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기도 했으며, 즉석으로 임의의 과학 용어를3 분 발표로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외에도 각자 발표를 할 때 시선 처리, 목소리의 강약 조절, 바디랭귀지는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며, 더 좋은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마스터 클래스 후 최종 본선 대회에서는 나는 국제 대회 발표자1 인을 포함해 국제 대회 참여권을 갖는 2인, 총 3인에 해당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종 10 인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위촉을 받은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써 틈틈히 중, 고등학교를 방문해 과학 강연을 하기도 하고, 과학관 혹은 길거리에서 마술쇼 같은 과학 실험쇼를 하기도 하며 여전히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이런 활동들을 할 때면 마스터 클래스에서 받았던 훈련들, 그리고 생방송으로 방송되는 본선 대회에서 많은 대중들 앞에서 발표했던 경험, 선배 기수 과학커뮤니케이터 분들께 받았던 피드백들 등 모든 것이 좋은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단순히 정보 전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 비전공자인 청중들에게 과학을 전달 할 때는 청중들에게 과학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것을 배워 더 효과적인 과학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 소통 뿐만 아니라, 대회 준비 과정에서 내 연구 분야의 의의를 고민했던 시간들, 소프트 로봇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대본의 흐름을 고민했던 시간들은 대학원생이 되어 연구를 할 때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연구 분야가 갖는 의의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좋은 연구 주제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 논문 작성이나 학술 대회 발표를 통해 내 연구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도 이야기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내는지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 없는 마음으로 도전했던 것이 이렇게 값진 경험들로 쌓이고 있는 것을 느낄 때면, 늘 신기하고 앞으로도 후회 없을 수 있는 선택들을 해야겠단 다짐하게 된다.










많은 대학생 3,4학년 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 특히 공대생들은 취업과 대학원 진학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에 다들 연구실, 다른 연구소 인턴, 기업 인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각자의 적성을 고려한 결정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대학을 입학할 때 본인은 무조건 박사 진학을 하겠다고 했던 친구도 의외로 취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나 역시 대학 입학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지만, 대학생 3학년이 되었을 때 다른 친구들과 같은 고민을 했다

막연히 꿈꿨던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원에 진학 하여 박사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학부를 다니면서 마주쳤던 힘들어 보이던 대학원생 언니 오빠들이 눈에 밟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과연 박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갖춘 사람일까 의구심이 들었다. 박사 학위는 특별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것이란 느낌이 컸기 때문이다.

긴가 민가 할 때는 그냥 해보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연구실 인턴을 해봐야 겠단 생각을 했다.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는 베터리를 연구하는 연구실이 주를 이룬다. 나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에 재학 중인 학생이었지만, 베터리 연구에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많은 기술에 필수 요소가 된 베터리 연구도 중요하지만, 바이오(Bio application) 와 더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단 생각을 했다. 사람마다 가치를 두는 것이 모두 다르겠지만, 건강을 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는 기술이 내게는 더 가치 있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에서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외에도 다양한 학과 교수님들의 연구실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연구 분야들을 읽어보며 관심이 가는 연구 분야를 찾아봤다. 그 과정에서 눈길이 갔던 연구실은 지금 지도 교수님인 김지윤 교수님의 연구실이었다.

소프트 로봇, 플렉서블 센서, 바이오 어플리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가능한 스마트 소재가 교수님의 연구 분야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빛, 온도, 전,자기장, 습도 등 다양한 환경적 요소에 반응하여 소재 자체가 변형되는 스마트 소재 자체가 생소했으나 흥미로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들은 환경에 변형되지 않는 것과 상반되어, 더욱 신기했다. 더욱이 bio application을 연구하는 생명공학부나 기계공학부가 아니라 신소재 공학부의 연구실이면 내가 학부 때 배웠던 것들을 조금 더 활용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후, 설레는 마음 반 긴장되는 마음 반으로 교수님께 메일로 면담 요청을 드렸다.

면담 날, 온화한 미소로 날 반겨주시는 교수님을 보니, 긴장되었던 마음이 한결 놓였다. 덕분에, 평소 궁금했던 부분들과 신생 연구실에서 가질 수 있는 장단점 등을 편하게 여쭤보았다. 그날 면담 이후, 지도 교수님 연구실에서 인턴 생활을 해볼 것을 결정했다.  
 





내가 연구실 인턴을 시작할 당시에는, 아직 연구실에 장비가 하나도 없었다. 당장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와 같은 시기에 연구실 인턴을 시작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논문 리뷰도 하고, 연구실 미팅(랩미팅)을 시작했다.

미팅이 거듭 될 수록, 논문 리뷰에서 실험 아이디어 회의까지 점차 다루는 연구 주제 내용들이 더 넓어졌다. 그 과정에서 나는 운이 좋게도 인턴 때 인턴 때 시작한 연구를 대학원 석, 박사까지 쭉 이어와 최근에 NanoLetters 저널에 논문을 개재할 수 있었다.




 


 


인턴 때 하던 연구를 대학원생 때까지 이어서 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인턴을 했던 연구실에 대학원생으로 입학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게 진로 고민을 하는 대학생 후배들이 많이 궁금해 했던 부분들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 인턴 연구실을 하던 연구실로 대학원을 입학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연구실을 선택했는지이다.

대부분의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원을 선택할 때 고민하는 주제는 연구 분야 다음으로 아무래도 지도 교수님의 지도스타일과 잘 맞는지, 그리고 연구실 구성원들의 분위기는 어떤지 일 것이다. 나 역시 인턴 과정 동안 이런 점들을 고려해 지금 연구실에 입학하는 것을 결정했다.

기존의 소재들과 다르게 주변 환경에 반응하는 스마트 소재라는 연구 분야가 재미있었고, 그것을 활용하는 소프트 로봇 연구는 로봇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흥미로웠다. 게다가, 연구실 구성원들도 좋고, 연구자로서 존경하고 닮고 싶은 지도 교수님도 계시는 지금의 연구실을 선택한 것이었다.


 





단점부터 말하면 실험을 알려줄 선배가 없다. 그만큼 선배들의 실험 노하우 등을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에 시행 착오를 조금 더 겪어야 한다. 그리고 연구에 필요한 장비나 재료가 연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구매 해야하기 때문에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이 밖에도, 입학과 동시에 배정되는 연구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구 주제 선정을 스스로 해야하는 만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장점으로는 신생 연구실인만큼 사수 선배가 없는 대신 교수님께 지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나 같은 경우도 내가 쓴 첫 논문이 우리 연구실에서 첫 번째 논문이었는데, 그만큼 논문 작성시 교수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연구 주제가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은 대신 교수님과 논의하면서 개인이 하고 싶은 분야 및 주제를 연구 할 수 있는 자유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나는 인원이 많고, 오래된 연구실에서의 연구 경험은 없지만,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그런 연구실은 신생 연구실과 장·단점이 완전히 반대인 듯 보였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순 없다. 본인의 성향에 따라 어떤 쪽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지금의 선택에 아직까지 후회는 없다. 물론 앞으로 스스로 후회가 없도록 남은 학위 과정을 어떻게 보낼지는 내가 선택할 내 몫이라 생각 든다.  




 




“교수님 A를 위해 B를 해보았는데, 잘 되었습니다.” 라고 밤 늦게 실험을 하다가 교수님 오피스를 찾아가서 성공을 알리는 대학원생이 있을까…
PPT로 정리한 실험 결과도 없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연구실 인턴을 할 때 초기의 내 모습이다. 실험에 성공하여 기쁜 마음으로 교수님을 찾아 뵈면, 교수님께서는 시간과 상관없이 축하를 해주셨고, 실험에 실패한 것을 말씀드려도 교수님께서는 안되면 되게 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사실 프로젝트 성공 확률이 없으면 그만 두고 다른 프로젝트를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교수님을 찾아 뵈었던 것인데, 교수님께서는 너무 당연한 듯 되게 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의아했다. 아니 당혹스러웠다.  

속으론 안되는 걸 어떻게 되게 하는 거지. 그럴 수가 있나. 생각했던 순간이 생생히 기억 난다. 다만, 이제는 박사 학위 과정은, 이렇게 안되는 것을 되게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이상 실험 결과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결과를 하나씩 말씀 드리러 지도 교수님 오피스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실험 목표와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계획까지 정리해서 미팅 시간에 말씀드린다. 그 계획이 비록 부족하더라도 말이다.

나도 아직,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을 토대로 내 나름대로 박사 과정이 어떤 것인지 정의 내렸다. 박사 학위 과정은 A 를 위한 B, C, D, E, F를 거쳐 결국 A 혹은 그 과정에서 변동된 A를 성공시키고, A 혹은 변동된 A의 중요성을 논문, 학회 발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의미 있는 A를 찾는 것부터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할 수 있을 때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B 가 안될 때, C 가 안될 때, 심지어 D 마저 안 될 때, 혹은 E를 생각해내지조차 못 할 때 마다 지치고 속상하고 어려울 때도 많다. 본인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고, 초조할 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박사과정은 일정 기준 이상의 역량을 가진 특별한 사람만이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일련의 과정 속에서 더 많은 논문을 읽어 내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더 많은 실험을 하며 시간과 열정을 쏟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가 나도 이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하는 독립적인 한 명의 연구원이 될 것을 기대하며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이,
내가 걷고 있는 길에 관심이 있거나,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거나,
혹은, 같은 길을 걷고는 있지만, 당신의 길에 고민이 있는 분이라면
박사 학위는 무엇인지 각자만의 답을 한 번씩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그 답이 힘든 시간들을 견뎌줄 힘이 될 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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