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중에 샌드 형태로 유명한 오레오(Oreo) 쿠키가 있죠. 여기서 샌드란 두 웨이퍼(wafer) 사이에 크림(cream)이 발라져 있는 과자 형태를 말합니다. 오레오 쿠키는 제작 업체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마다 먹는 방법이 제각각입니다. 해외에서는 오레오 쿠키를 먹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있기도 하죠.
그중에서 오레오 쿠키를 반으로 나눠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먹는 사람들은 아마도 웨이퍼에 크림이 동등하게 나뉘어 있기를 바랄 겁니다. 안 그러면 맛있는 크림 부분의 균형이 안 맞으니까요. 문제는 크림을 반으로 나누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두 웨이퍼를 양손으로 하나씩 잡고 반대 방향으로 힘을 주면 꼭 한 쪽만 크림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웨이퍼를 잡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서 크림을 나누려고 시도하지만 이 방법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과연 웨이퍼를 비트는 방식으로 크림을 정확하게 반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이 주제에 궁금증을 가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의 기계공학 박사과정생 크리스탈 오언(Crystal Owens)은 오레오 쿠키를 비트는 실험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며 연구했고, 2022년 ‘유체물리학회지(Physics of Fluids)’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습니다[2].
이번 글에서는 자칭 ‘오레올로지(Oreology)*’라는 연구를 통해 오언이 오레오 크림을 어떻게 반으로 나눴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레오 크림을 반으로 나누는 방법을 알기 전에 우선 크림의 물성을 파악해봅시다. 크림의 상태(state)는 무엇일까요? 가만히 두면 흐르지 않기 때문에 고체이지만 딱딱하지 않으니 부드러운 고체(soft solid)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부드럽다는 것은 충분한 힘을 가했을 때 마치 액체처럼 흐른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처럼 고체의 특징인 탄성(elasticity)과 액체의 특징인 점성(viscosity)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특성을 점탄성(viscoelasticity)이라고 합니다*. 사실 모든 물체는 점탄성을 가지고 있지만 점성과 탄성 중 어떤 특성이 더 지배적인지에 따라 각각 액체와 고체로 나뉘는 것입니다**.
먼저 오레오 쿠키를 비틀 때 점탄성 물질인 크림의 유동(flow)을 살펴보겠습니다. Fig 3과 같이 쿠키 아래의 웨이퍼를 고정하고 쿠키 위의 웨이퍼를 비틀 때 웨이퍼와 크림 사이의 마찰 때문에 크림에 움직임, 즉 유동이 발생합니다*. 이때 이론적으로 크림은 Fig 3과 같이 크림의 바닥으로부터의 높이(z)에 따라 변화하는 속도 프로파일을 가집니다.
크림의 변형이 계속 발생하면 어느 시점에 도달했을 때 크림이 파괴(fracture)되면서 반으로 분리됩니다. 우리는 크림이 반으로 나뉘는 것에 관심이 있으니 크림의 변형률과 그에 따른 응력을 측정해 크림의 변형(deformation)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레오 크림에 작용하는 응력과 변형률은 Fig 3과 같이 레오미터(rheometer)라는 장비를 통해 측정할 수 있습니다. 논문[2]의 저자 오어은 레오미터를 통해 쿠키 위의 웨이퍼를 0.1 rad/s의 일정한 회전속도로 회전시키며 크림의 응력과 변형률을 측정하였습니다. 이 각속도로 회전할 때 웨이퍼는 1분에 약 3.7바퀴를 돕니다.
Fig 4는 오레오 크림의 응력-변형률 곡선(stress-strain curve)을 나타냅니다. 변형률이 낮을 때에는 응력이 변형률과 선형적인 관계를 가지며 이때의 기울기를 탄성전단계수(elastic shear modulus, G)*라고 합니다(Fig 4의 영역1). 변형률이 높아짐에 따라 비선형적인 그래프를 보이며 비가역적인 소성 변형(plastic deformation)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최대 전단응력값, 즉 파손응력(failure stress)에 도달하면 크림이 파손(failure)되어 본연의 형상을 잃게 됩니다(Fig 4의 영역2). 그후부터는 크림이 웨이퍼로부터 박리(delamination)되어 더 이상 쿠키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붕괴(breakdown)됩니다(Fig 4의 영역3). 논문[2]에서는 오레오 쿠키 박스 2개를 이용해 파손응력, 파손변형률(failure strain) 그리고 탄성전단계수를 측정해보니 파손변형률만 통계적으로 비슷한 값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오레오 크림의 파손변형률은 껌에 들어있는 첨가제나 푸아그라보다는 훨씬 낮습니다. 그리고 오레오 크림의 파손응력은 모차렐라 치즈와 비슷한데, 일반적인 크림치즈나 땅콩버터 대비 2배에 달합니다. 이 정도면 크림은 비교적 부드러운(mushy) 질감에 속한다고 볼 수 있죠.
한편, 위의 측정 결과는 웨이퍼에 0.1 rad/s의 회전속도로 토크를 가했을 때의 결과입니다. 만일 회전속도가 바뀌면 결과는 어떨까요? Fig 5 왼쪽 그래프는 웨이퍼의 회전속도를 0.001 rad/s부터 10 rad/s만큼 변화시켰을 때의 응력-변형률 곡선을 보여줍니다. 탄성 재료의 경우 회전속도가 바뀌어도 일관된 파손응력을 보이지만, 점탄성 특성을 가진 오레오 크림은 오레오 쿠키를 빠르게 비틀수록 더 높은 파손응력과 파손변형률을 보여줍니다. Fig 5 오른쪽 그래프에서도 파손응력과 파손변형률이 일정하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레오 쿠키의 점탄성 특성을 바탕으로 크림의 유동과 변형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탕으로 오레오 쿠키를 비틀어 반으로 쪼갤 때 각 웨이퍼에 붙어 있는 크림의 분포는 어떻게 나타날까요?
Fig 6은 새로 뜯은 박스에 들어 있는 오레오 쿠키를 놓여 있던 방향을 유지한 채 분리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를 구분하는 이유는 오레오 쿠키를 만드는 공정상 쿠키의 위치와 방향이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입니다[3]. 논문[2]에서는 박스를 기준으로 오레오 쿠키의 왼쪽 웨이퍼를 1, 오른쪽 웨이퍼를 2라고 하였습니다.
Fig 6 우측 그래프를 보면 약 80%의 확률로 크림이 전부 웨이퍼1에 붙어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 뜯은 박스의 오레오 쿠키는 대부분 웨이퍼와 크림의 접착이 떨어지는 접착 파손(adhesive failure)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웨이퍼-크림의 접착력은 웨이퍼 2보다 웨이퍼1이 더 강한 것을 알 수 있죠.
하지만 박스를 뜯고 오래 둔 경우에는 오레오 크림이 두 웨이퍼에 모두 붙어 떨어지는 응집 파손(cohesive failure)이 더 많이 발생합니다(Fig 7). 웨이퍼-크림의 접착력에 비해 크림 자체의 응집력이 약해졌기 때문이죠. 보관 환경상 높은 온도와 습도 때문으로 보입니다.
Fig 8은 새로 뜯은 패밀리 사이즈 박스에서 쿠키가 보관된 위치와 방향에 따른 크림 분포를 통계적으로 측정한 것을 나타냅니다. 한 박스는 3개의 행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행마다 16개의 오레오 쿠키가 들어 있습니다. 새로 뜯은 박스이기 때문에 대부분 쿠키가 접착 파손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박스의 왼쪽은 오른쪽 웨이퍼에 크림이 주로 분포된 반면에 박스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크림이 왼쪽 웨이퍼에 분포되어 있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제조 공정, 배송, 보관에 따른 온도, 습도 등 환경적인 요소가 크림의 파손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크림 분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오레오 쿠키를 비틀어서 정확히 반으로 나누는 것은 어렵습니다. 웨이퍼-크림 간의 약한 접착과 환경 변화에 따른 크림 내 응집 변화, 쿠키 생산 공정에 따른 차이 등의 이유 때문이죠. 그동안 오레오 쿠키를 반으로 나누려고 열심히 시도했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겁니다. 반으로 나누지 못한 게 본인 실력 때문이 아니라 쿠키 자체의 문제였으니까요.
오레오 쿠키를 반으로 나누려는 연구자들의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이렇게 체계화된 연구로 논문을 낸 것은 논문[2]이 처음이다. 논문이 출판된 2022년 당시 미국에서는 해당 연구가 꽤 화제가 되었었다. 그만큼 오레오 쿠키를 많은 미국인이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록 주제는 사소하지만 이를 분석하는 과정은 여느 연구 못지않게 전문적이다. 유변학을 기반으로 오레오 크림의 유동을 파악한 뒤 응력-변형률 곡선을 분석하여 변형을 분석하고 오레오 크림을 반으로 나눌 수 없는 이유를 접착력과 응집력의 비교로 마무리하였다. 우리도 이와 비슷한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가장 유명한 논란인 탕수육 부먹 찍먹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탕수육 튀김의 강도를 조건에 따라 측정해보는 것이다.
필자는 연구의 본질이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진리에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다면 연구 주제와 상관없이 그 연구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연구 유행을 쫓기보다는 소신 있게 자신만의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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