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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로봇공학을 위한 텐세그리티 기술
김지윤교수(UNIST 신소재공학부) / jiyunkim at unist.ac.kr / 서면 인터뷰

 

근육을 이완 수축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로봇을 소프트 로봇이라고 합니다. 로봇이 딸기를 수확한다면 하드 로봇은 일일이 힘을 제어하면서 딸기를 잡지만 소프트 로봇은 복잡한 과정 없이 소재가 적응해 쉽게 집어 옮길 수 있는데요.

오늘 인터뷰에서 만나 보실 김지윤 교수(UNIST 신소재공학부)는 바이오 소재를 연구하면서 소프트 로봇, 바이오 하이브리드 로봇, 인공근육, 다중 모드 조작, 다중 재료 아키텍처 등을 연구하신 분이십니다. 최근 텐세그리티 구조(tensegrity structure) 기반 소프트 로봇인 불가사리 로봇을 제작하여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보도되었습니다. 불가사리 로봇이 어떻게 제작 및 활용까지 자세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지금 교수님께서 하고 계시는 주요 연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물질지능연구실 (Material Intelligence Laboratory)은 현재는 스마트 소재, 프로그래머블 소재, 메타구조, 소프트 로봇, 하이브리드 로봇,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등의 분야를 기반으로, 다양한 소프트 소재와 메타구조 연구를 기반으로 지능형 로봇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기공학, 생명공학, 재료공학, 기계공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제 나름대로의 로봇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융합연구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2.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학술지에 실린 불가사리 로봇에 대한 논평에서 중국 베이징 항공우주대의 리 웬 교수가 “부드러운 기능성 인대 물질을 별도의 단단한 원통들과 성공적으로 통합시켰다”며 “앞으로 빛이나 열에 반응하는 겔이나 살아 있는 세포나 생체 조직과 같은 스마트 물질로도 텐세크리티 구조의 소프트 인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번 발표하신 논문 및 불가사리 로봇 제작방법 및 구동원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논문에서 텐세그리티 구조를 다양한 소프트 로봇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소개했습니다.
다양한 생명체의 형태와 움직임을 모사하는 소프트 로봇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연성 소재를 개발하고 성형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원하는 모양과 기계적 물성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구현할 수 있는 구조적 접근법이 필요하고, 스마트 소재와 차세대 로봇 분야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원리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2차원 접힘 구조를 기반으로 하는 종이접기(Origami) 구조가 있습니다.

연구에서 이러한 구조적 원리로 텐세그리티 구조를 도입했습니다. 텐세그리티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재료’와 실처럼 팽팽하고 ‘유연한 재료’가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 있는 구조로, 사물의 형태를 디자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은 재료로 강한 강도와 구조적 유연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건축물이나 간단한 공산품 (텐트, 우산 등) 제작에 주로 쓰여 왔습니다. 하지만 텐세그리티 구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물질들이 공중에서 연결된 구조라 이들을 직접 하나씩 연결하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스케일에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복잡한 구조의 구현이 어려웠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는 3D 프린팅이라는 대표적인 상향식 제작법(Bottom-up approach)과 식각이라는 하향식 제작법(Top-down approach)을 접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게 구현 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3D 프린팅 기법과 물에 녹을 수 있는 수용성 희생틀 (Sacrificial Mold)을 이용해 복잡한 텐세그리티 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재료(압축재)와 희생 틀(Sacrificial mold)을 프린팅 한 뒤 희생틀 내부에 다양한 연성소재(인장재)를 삽입하고 굳히는 방식인데, 희생틀은 물에 녹여 쉽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압축재와 인장재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물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제작 방법을 이용하여 다양한 스케일에서 다양한 연성소재들을 이용하여 ‘소재’만으로는 만들기 어렵고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기계적 물성을 갖는 다양한 텐세그리티 구조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정육면체(Cube), 도넛(Toroid), 삼각기둥(Prism) 등 다양한 형상의 텐세그리티 구조를 제작했고, 이들의 기계적 물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텐세그리티 구조의 씨실과 날실들의 연결 각도, 연결도, 연결 중첩도 등을 달리하여 쌓으면, 텐세그리티 구조를 이루는 재료의 특성과 관계없이, 구조의 형태와 기계적 물성을 서로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같은 원기둥 형의 텐세그리티 구조라도 연결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기계적 특징을 가지게 설계할 수 있으며, 나아가 소재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고 자연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기계적 물성들 (회전형 인장 및 수축, 양의 푸아송 비, 큰 전단변형 등)을 가진 구조들을 쉽게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텐세그리티 구조들을 기본 모듈로 사용해 5개의 다리가 달린 불가사리 로봇을 제작하고 구동했는데, 텐세그리티 구조의 특성 덕분에 기존의 로봇들과는 다르게 굽힘, 수축, 펼침, 팽창 등의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고, 이들을 조합하여 복합 동작의 반복으로 앞으로 걷거나 움직이는 방향을 바꾸는 행동이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또한 텐세그리티 구조에 외부 자극으로 ‘스스로 움직이는’ 스마트 소재를 적용하면 원격으로 움직이는 불가사리 로봇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저희는 실제로 텐세그리티의 인장재를 스마트 자성소재로 제작하여 자기장을 가해주면 스스로 움츠렸다 펴지거나 굴러가고 형상이 변하기도 하는 다양한 소프트 로봇들도 제작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스케일의 텐세그리티 구조를 쉽고 빠르게 원하는 형태로 구현 가능한 기법을 개발한 덕분에 다양한 형상과 기능을 갖는 유연하고 강인한 3차원 소프트 구조들을 쉽게 만들 수 있어 소프트 로봇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3. 텐세그리티(tensegrity) 구조란 무엇인가요?

텐세그리티는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재료 (압축재)’와 실처럼 팽팽하고 ‘유연한 재료 (인장재)’가 씨줄과 날줄처럼 엉켜 있는 구조입니다. 압축재들이 가느다란 인장재에 매달려 있어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구조인데, 인장재와 압축재들에 걸리는 장력과 압축력들이 평형을 이루며 안정된 구조를 유지하게 됩니다. 동물의 골격 구조 역시 강인한 재료인 뼈와 유연한 재료인 근육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일종의 텐세그리티 구조라고 볼 수 있는데, 다양한 외력에도 구조적으로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가볍고 튼튼하면서도 유연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는 다양한 건축물 (텐트, 다리, 가구, 파빌리온 등)이나 소규모 공산품의 제작에 활용되어 왔습니다.





나아가, 텐세그리티 구조는 인장재와 압축재에 가해지는 인장력과 압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외부 충격을 흡수함에도 튼튼하며 구조 손상 없이도 무척 큰 변형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충격 흡수율, 부피 대비 강도, 구조 유연성 등이 무척 높은 특성을 보입니다. 이로 인해 인체나 동물의 골격 구조를 모사하는 로봇을 제작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고, 예측이 어려운 환경에서 다양한 충격에도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로봇을 제작하는데도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런 폭넓은 구조적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텐세그리티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물질들이 공중에서 연결된 구조라 이들을 직접 하나씩 연결하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스케일에서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 복잡한 구조의 구현이 어려웠습니다. 매우 단순한 연결형태만 활용하거나, 건축이나 가구와 같은 큰 크기의 구조물 제작, 수학적 분석이나 시뮬레이션 연구에 주로 국한되어 왔습니다.


4. 소프트 로봇은 유연소재라 제작도 쉽고,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소프트 로봇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이며 기술적 한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로봇은 산업 현장을 넘어 서비스, 군사 그리고 의료분야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종래의 로봇은 단단한 몸체를 연결한 관절부에 모터 등의 구동장치를 설치하여 움직이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러한 방식의 로봇은 강한 힘을 낼 수 있지만 움직임에 동적 자유도가 낮고, 단단한 몸체로 인하여 사람과의 동시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안전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에 반해, 소프트 로봇은 부드러운 소재를 이용하여 제작하기 때문에 동적 자유도가 매우 높고 사람과의 상호작용에서 비교적 안전하며, 물질 단위에서 주위의 환경을 인식하여 스스로 반응하는 스마트 소재와의 접목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기반으로 소재와 구동방식은 완전히 다르더라도 사람을 포함한 생명체의 다양하고 복잡한 움직임을 모사하기 위해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연구 및 개발된 소프트 로봇은 아직 행동의 복잡도나 지능의 수준이 높지 못합니다. 성능의 대부분이 로봇을 구성하고 있는 소재 자체의 특성에서 파생되기 때문에, 복잡한 시스템의 구현이나 다양한 기능성을 만들어 내기에는 여전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소프트 로봇의 잠재력을 완전히 이용하기 위해서는, 소재연구, 구조연구, 그리고 다양한 소재들로 만들어진 로봇 요소들(액츄에이터, 제어소자, 에너지소자 등)을 효과적으로 집적(Integration)하는 기술들이 필수적입니다.





먼저, 소프트 로봇 분야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있는 연성 소재는 스마트 소재입니다. 스마트 소재란 특정 외부환경의 자극에 반응하여 형상 또는 물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재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반응을 외부 자극에 적응하는 지능적 거동이라 일컬으며, 외부 자극에는 습도, 온도, 전기장, 자기장, 압력, 빛, 표면장력 등 매우 다양한 에너지원이 포함됩니다. 대부분의 스마트 소재는 한 가지 자극에 한 종류의 기능 변화를 보여주는데, 예를 들어 온도가 높아지면 구부러지는 등 아직까지는 기초적인 기능 수준에서 동작합니다. 하지만 추가적인 기능과 물성을 조합하면 복잡한 전기/기계적 시스템의 부품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을 기반으로 스마트 소재는 액추에이터, 센서부터 자동 차, 로봇, 생체의료소자,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까지 다 양한 분야에 이르는 응용 분야에 활용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이, 소프트 로봇을 만들 때 재료 자체의 부드러운 특성에만 의존하면 복잡한 로봇의 구동 시스템을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재료에만 의존하는 접근법을 넘어서 다양한 형태의 구조적 접근법을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생체 소재들은 이미 다양한 수준의 형상, 물성, 구조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생명정보의 핵심인 DNA와 생명활동의 핵심인 단백질은 모두 1차 원 형태의 기본 분자 시퀀스가 3 차원으로 자기조립 되어있고, 필요할 경우 형상 변화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거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설계는 소재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다양한 기능들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러므로 스마트 소재와 스마트 구조를 설계하고 결합하여 복잡한 형상과 구동양상을 만드는 것이 스마트 구조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으로 오리가미(Origami), 키리가미(Kirigami), 메타물질(Metamaterial) 등의 다양한 구조적 접근법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소재와 구조적 연구에서 나아가, 하나의 시스템으로서의 로봇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소재 기반의 액츄에이터, 제어유닛, 에너지소자의 일체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현재 소프트 로봇에 사용되는 소재들은 구동 방식이 너무 다양화되어 있어서 복잡한 지능을 구현하고 싶을 때 제어방식과 에너지소자의 일체화 및 제어가 쉽지 않습니다. 제어를 위해 연성소재 기반 플렉서블 일렉트로닉스(Flexible electronics), 센서 등의 분야와도 접목이 필요합니다. 또한 단순히 연성소재에만 천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강성소재 및 시스템과도 쉽게 접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집적구조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기 때문에, 제어와 설계 등 모든 부분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서울대 재료공학부 권민상 교수팀과 공동으로 자화형(magnetization pattern)를 바꿀 수 있는 자성 스마트 재료를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자성 스마트 재료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차세대 로봇 및 소프트 로봇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요소 중 하나가 ‘소재’입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 중에서도 빛, 온도, 전·자기장 등의 외부 환경의 자극을 감지하고 이에 적응하여 스스로 반응하는 스마트 소재 연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습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연구해온 소재는 자성 스마트 소재입니다. 외부의 자기장에 반응하는 스마트 소재로, 반응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광범위한 환경에 침투 가능한 자기장의 특성 덕분에 로봇 분야뿐만 아니라 생체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용도를 인정받으며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성 스마트 소재는 내부에 미리 입력된 자화 패턴(Magnetization pattern)과 외부 자기장의 상호 작용에 의해 형태가 변형되거나 움직입니다. 자석에 다른 자석을 대면 발생하는 인력이나 척력, 움직이는 나침반에 작용하는 것과 같은 회전력 등을 이용합니다. 자화 패턴은 이러한 힘이 작용하는 패턴을 결정하고, 자화 형태에 따라 자성 스마트 소재가 특정한 방향으로 굽혀지거나 접히고 회전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자성 스마트 소재는 일반적으로 소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자화 패턴이 고정되고 수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응용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움직임을 원격으로 제어 할 수 있고, 외부 자극에 빠르게 반응하는 장점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자성 스마트 소재가 널리 쓰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저희 공동연구팀은 온도에 따라 상태가 바뀌는 물질(상변화 물질)을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개발된 소재는 ‘자성입자’와 ‘상변화 물질(PEG)’이 혼합된 마이크로미터(10-6m)크기의 알갱이(자성 미소 구체)가 고분자 기질에 박혀 있는 계층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용한 상변화 물질은 비교적 낮은 용융 온도(58℃)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체와 액체 상태를 쉽게 바꾸며 자화 형태를 여러 번 반복해서 바꾸는 것이 가능합니다. 복합소재 내 상변화 물질이 용융점 이상의 온도에 도달하면 상변화 물질은 고체에서 액체로 상변화를 일으키는데, 액체가 된 상변화 물질 덕분에 자성 입자는 자성 미소 구체 내에서 쉽게 움직일 수 있고, 자성 입자의 배열과 패턴으로 결정되는 복합소재의 자화 패턴이 새롭게 프로그래밍 가능한 상태가 됩니다. 반면, 복합 소재를 상변화 물질의 용융 온도 이하로 냉각시키면 상변화 물질이 고체가 되어 자성 입자의 움직임이 불가능해져 프로그래밍된 자화 패턴이 고정된다. 얼음 속에 갇힌 구슬은 단단하게 고정되지만 물속에선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PEG의 고체 액체 간 상변화는 가역 반응이기 때문에, 위 과정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부드러운 복합소재의 자화 패턴을 원하는 만큼 쉽게 재설계(Reprogram)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성 스마트 소재를 기반으로 저희 연구팀은 ‘셀프 종이 접기’가 가능한 자성 소프트 액츄에이터들을 만들었습니다. 액츄에이터의 자화 형태를 시스템의 실제 작동 환경(in situ)에서 재설계하고, 이를 자기장에 노출시켜 비행기, 조개, 바람개비 등을 모사한 복잡한 3차원 형태를 다양하게 구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나아가 상변화 물질의 고체-액체 상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도록 복합소재에 열전도층(Conductive heating layer)을 추가해, 다양한 표면 형상을 원할 때 마다 복사할 수 있는 자성 액츄에이터까지 개발했습니다. 기존 자성 스마트소재 연구와는 달리 자성 입자나 고분자 기질의 고유 특성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쉽게 자화 형태 재설계가 가능한 소재를 개발했다는데 의의가 큰 연구였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의공학, 유연 전기소자, 소프트 로봇 등 가변 구조형 스마트 소재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6. 논문들의 증가량에서도 확인되듯이 문어로봇 연구로 대표되는 소프트 로봇 분야가 재료학, 화학, 생물학 등 다양한 타분야와의 긴밀한 협업연구가 필요함을 강조되고 있습니다. 현재 소프트 로봇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협력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소프트 로봇 분야는 소재의 특성과 기계적 움직임을 설계해야 하고 생체모사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우 다양한 분야가 필요한 학제 융합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스마트 소재를 가지고 생체모사적 형태를 제작하여 단순한 움직임을 구현하는데서 나아가, 다양한 소재와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더 높은 수준의 물리적 지능을 가지는 로봇을 설계하고 제어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프트 로봇 분야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학제간 연구는 필수적입니다. 특히 로봇 스스로가 창발적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신체적 지능을 로봇 플랫폼에 삽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재료공학, 생명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컴퓨터공학, 화학 등 다양한 학제에 대한 이해와 지식들이 모두 필요합니다. 현재 인공지능 교육이 다양한 학제를 넘나들어 교육되고 활용되듯이, 로봇 연구 역시 학제의 벽을 허물고 물리적 로봇시스템 설계를 위한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응용분야를 찾아내어야 합니다. 이는 비단 소프트 로봇뿐만 아니라 현재 생명체모사 혹은 휴머노이드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 수많은 로봇들이 직면한 문제이기도 한데, 구체적인 목적이 있는 산업용, 재난용 로봇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쉽게 프로그래밍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 로봇 플랫폼 역시 개발되어야 할 것이라 전망합니다.


7. 지금까지 연구내용이 국내기업과 국외기업이 어떤 식으로 상용화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연성소재를 일부 채택하는 시스템의 경우 플렉서블 일렉트로닉스에서 수술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소프트 액츄에이터 그 자체에 집중하자면, 가장 산업화에 근접해 있는 소프트 액츄에이터의 형태는 공압을 이용한 그리퍼 (Gripper)입니다. 공압을 활용한 그리퍼의 경우 부드러우면서도 탄성이 있는 소재적 특징을 이용하여 기존의 로봇팔과는 달리 매우 다양한 형상과 물성을 가진 물체들을 쉽게 집어 옮길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Soft Robot Inc. (http://en.softrobottech.com/)’가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관심을 가지는 소프트 구조인 텐세그리티의 경우에는, 가볍고 단단하면서도 다양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재난상황에서 물건들을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재난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Squishy Robotics (https://squishy-robotics.com/index.html)’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대 중반부터 소프트 로봇에 대한 R&D 투자를 대대적으로 시작하여, 대표적으로 서울대 조규진 교수님이 이끄시는 인간중심 소프트 로봇기술 연구센터(SRRC)가 2016년부터 운영 중이며, 2단계에 진입하며 외골격 수트(Exosuit) 개발을 목표로 헬스케어 (Healthcare), 아웃도어 (Outdoor), 생산성 (Production), 엔터테인먼트 (Entertainment) 등의 분야에서 시장들을 창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단순한 소프트 로봇이나 액츄에이터만을 지향하는 회사가 아니라, 의료용 로봇, 수술용 로봇, 외골격수트, 감정로봇, 애완로봇, 재활로봇, 게임기기 등 사람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다양한 시스템에서 소프트 액츄에이터나 로봇 시스템을 일부 채택하고 결합한 형태로 많은 시장이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8. 연구 진행 중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점이었으며, 어떻게 해결해 오셨는지 알려주세요.

융합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매 과정에서 문제에 부딪힐 때 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고 또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스토리와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또 타협해야 하는 것은 엔지니어링의 필수요소이며, 같은 목표 아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논의를 해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기술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큰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고 작은 즐거움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9. 서울대학교 바이오 포토닉스 및 나노 엔지니어링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주제의 논문을 쓰셨는지요.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바이오 포토닉스 및 나노엔지니어링 연구실은 다양한 고분자 복합소재 및 프린팅 기술에서 시작해 현재는 다양한 진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폭넓은 중개의학 (Translational medicine)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연구실의 초기 멤버로,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학부 시절 인턴연구에서 시작한 주제였던 자성 입자의 자기조립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마트 자성 소재를 개발했습니다.

자기조립(Self-assembly)은 외부 자극을 주었을 때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입자들이 창발적인 패턴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자성 입자들은 외부의 자기장을 걸어주었을 때 외부 자기장의 자기력선 방향을 따라 입자들이 저절로 정렬되는 자기조립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세 자성 입자들의 자기조립 패턴은 자기 이방성(Magnetic anisotropy), 광학적 이방성(Optical anisotropy) 등 다양한 물성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고분자 복합소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자성 입자의 자기조립 패턴을 삽입하면 물성을 자유롭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 가장 대표적인 연구결과는 연성 복합소재 내에 자기 이방성(Magnetic anisotropy)을 매우 쉽게 패터닝 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복잡한 자축(Magnetic Axis) 패턴을 가진 다양한 자성 액츄에이터를 제작한 것입니다. 자성 나노입자의 자기조립된 방향으로 결정되는 대표적인 특징인 자기 이방성은 소재 내에서 일종의 자축 (Magnetic axis)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자기적 특성으로,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주게 되면 소재가 자축이 프로그래밍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그 제작 방법과 구동 환경이 매우 간단한 것에 비해 기존의 소프트 소재가 구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태 변화들을 구현할 수 있고, 외부의 기기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할 필요가 없는 자기력을 사용하기 때문이 전기 화학적 주변 환경에 민감한 우주 공학이나 생명 공학에 사용되는 정밀 소자들을 제작하는데 유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당시의 고분자 기반 자성복합소재에는 도입된 적이 없는 새로운 기술로, 이러한 점을 인정받아 2011년에 재료과학 분야 최고 전문학술지인 Nature Materials 게재되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내외 언론에 소개되었습니다.





나아가 자성 입자의 자기조립 특성을 응용하여, 고분자 구조물 내에 자축과 구조색(Structural color)을 동시에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였습니다. 자기조립된 체인 형태의 격자 구조는 입자 사이의 일정한 간격으로 인해 1차원적인 광결정(Photonic crystal)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초기 자기조립 과정에서 가해주는 자기장의 세기를 변화시켜 주면 입자 사이의 간격이 변하기 때문에 반사되는 빛의 파장- 즉 소재의 색을 쉽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 본 연구에서 개발한 액츄에이터는 자기장에 반응해 움직이면서 색깔도 변하는 색가변 특성을 동시에 보여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바이오엔지니어링 분야로 진단 플랫폼들을 개발하기도 했으나, 제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소프트 액츄에이터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생체모사 로봇 등에 대한 관심을 키울 수 있었고 그것이 현재의 연구 방향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0. 미국 국립 보건원에서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미국립보건원에서 제가 몸담았던 연구실은 암세포 동역학 연구실로, 저는 암세포를 둘러싼 세포외 기질 (Extracellular matrix)을 모사하는 생체소재를 설계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생체 내에서 세포들은 덩어리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포외 기질이라는 독특한 생체소재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러한 세포외 기질 소재들은 다양한 생화학적, 물리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소재 구성요소들의 변화가 유전물질에서 나아가 세포의 생장 및 병증 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제가 몸담았던 연구실은 암세포의 생장 및 변이와 전이를 연구하는데 세포외 기질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환경들을 설계하고 암세포 동역학을 연구했습니다.

특히, 저는 세포외 기질의 물리적 환경 중 섬유단백질들로 이루어진 3차원 지형(Topography) 환경의 영향을 연구하기 위한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박사 학위과정 중에 자성 입자의 자기조립을 이용한 고분자 액츄에이터를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세포외 기질 단백질들이 코팅된 자성 입자를 자기조립(Self-assembly)한 체인 형태의 구조물을 제작하고 체인의 방향과 크기를 조절해 3차원 섬유단백질 지형 환경을 프로그래밍 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다양한 세포들의 생장을 관찰한 결과, 세포 미세 환경에서의 물리적 구조가 세포의 형태 변화와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포 미세 환경의 물리적 구조를 연구하는데 사용되었던 기존의 플랫폼들은 2차원 평면에 구조물을 제작해서 세포를 키워야 하거나 물리적 요소와 생물-화학적 요소의 영향을 구별할 수 없는 소재가 대부분이었지만, 본 연구에서는 세포 미세 환경에서 생물, 화학적 요소와 관계없이 섬유단백질의 지형적 요소가 독립적으로 세포의 생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는 3차원 플랫폼을 개발하였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생체소재를 쉽게 통과하는 자기장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자성 입자를 자기조립할 수 있기 때문에 3차원 세포 미세 환경을 비교적 빠르고 쉽게 패터닝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해당 연구는 저희 연구실에서 현재 집중하고 있는 차세대 로봇 구조 및 제어 방법을 개발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하지만 소프트 로봇의 주요 응용분야 중 하나가 생체의학 분야이며, 다양한 소프트 로봇의 형태가 생체모사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 생체소재와 시스템에 대한 폭넓고 근본적인 이해를 도와 융합연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11. 이런 연구에 힘입어 앞으로 연구 계획 중인 연구나 또 다른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개별적인 소프트 로봇 (Soft-body robot) 기술에서, 나아가 전통적 의미의 강성소재 기반 로봇 (Rigid-body robot)과 소프트 로봇이 창발적으로 융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각 로봇 시스템이 매우 상이한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소프트 로봇의 경우 매우 부드럽고 환경적응력이 뛰어남과 동시에 이로 인해 매우 힘이 약하고 제어 정확도가 부족하며, 기존 전자기기반의 시스템과 호환성이 떨어집니다. 강성 로봇의 경우 힘이 매우 강하고 정밀한 제어가 가능한 대신 환경 적응력이 부족하고 인간과의 안전한 상호작용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단점들을 서로 보완하고 진정한 지능적 행동의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둘이 효과적으로 결합한 하이브리드 로봇을 개발하는 것이 저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나 동물의 신체만 보아도, 근육이나 기타 장기와 같은 능동적이고 부드러운 소재로 이루어짐과 동시에 뼈와 같은 매우 단단한 구조물과 회전형 관절들이 모두 조화롭게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착안하여 이미 소프트 로봇 분야에서는 원할 때 강성이 변하는 로봇이나 일부 골격이나 제어를 위한 부분에 강성 소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소재나 시스템을 단순히 생체모방적 형태나 구조로 끼워 넣는 것만으로는 단순 움직임을 모사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응용 분야에 적합하도록 연성 소재와 강성 소재를 효과적으로 조합하고 설계할 수 있는 구조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러한 새로운 구조를 제어하고 설계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 역시 필요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하이브리드 로봇 구조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인공지능을 이용한 새로운 제어와 설계 시스템을 연구하고자 합니다.


12. 앞으로 관련 분야를 공부하는 후학(대학원생들)에게 이 분야의 연구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주신다면.

소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기존의 강성(Rigid) 소재를 기반으로 하는 로봇 플랫폼들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자동화 산업분야를 대체하는 것 보다는 일부 보조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과 사회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로봇의 범주에 매우 광범위한 기계 및 시스템이 포함되고 있지만, 로봇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역사적으로 인간과 같은 높은 수준의 행동과 지능을 가진 기계라는 상상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수많은 로봇과 관련된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에서 이러한 상상력을 구체화시키고 있고, 실제로 디즈니,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한 수많은 세계적 기업들이 다양한 로봇 플랫폼들을 연구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로봇에서 나아가 인간과 사물,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고 또 만들어나갈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이 가장 큰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태생적으로 다양한 학제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과 가로지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학문적 태도만 갖추고 있다면 누구나 뛰어들어 미래를 실현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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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8
연구 분야에 대해 잘 설명해주셔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활용분야에 실제로 적용되려면 내구성에 대해 보완될 부분도 많을 것 같은데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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