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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운송체의 저항 감소에 쓰이는 초소수성 표면의 성능 및 수명에 대한 연구
김현석(Hyunseok Kim)(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 holmes0517 at snu.ac.kr
1. 본인의 연구에 대해서 자세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초소수성 표면은 이름 그대로 물을 싫어하는 표면으로, 자세한 설명에 앞서서 아래 영상을 보시면 그 기능이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동영상1. 초소수성 표면에 떨어진 물방울은 표면에 머무르지 못하고 미끄러진다.

초소수성 표면에 물방울을 떨어트리면 물방울은 표면 위에 머무르지 못하고 미끄러져 제거됩니다. 이러한 초소수성 표면의 제작 원리는 무척 간단한데요, 화학적으로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 물질로 마이크로/나노 크기의 굴곡을 만들면 물이 굴곡의 높은 부분에 얹어지고, 아래는 공기층이 생기게 되어 물과 표면 사이의 마찰력이 감소하게 됩니다 (Fig. 1 참고).


앞서 영상에서 보신 바와 같이 초소수성 표면의 효과는 뚜렷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 기술을 배의 표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 제 연구는 출발합니다.
해양 운송체가 물속에서 받는 항력을 저감하는 기술은 대형 선박부터 무인 잠수정 (UUV, Unmanned underwater vehicle) 등의 에너지 저감에 쓰일 수 있습니다. 특히 선박의 항력 저감을 통해 연비를 개선하면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어 조선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투자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알고 싶은 것은 수중 운송체에 대한 초소수성 표면 적용 가능성과 예상되는 효과입니다. 따라서 이에 맞춰 저는 크게 초소수성 표면의 성능, 초소수성 표면의 수명(안정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초소수성 표면이 선박 표면에서도 잘 작동할지 예상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선박의 크기도 무척 클뿐더러, 표면 굴곡도 고려해야 하고, 수중 함유물의 영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에 앞서서 평평한 표면에서의 항력 감소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저의 지도교수님이신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형민 교수님께서 UCLA에서 박사후 연구원 시절에 75%의 항력 저감 효과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 저와 제 동료들은 초소수성 표면을 뭉툭한 물체와 유선형 물체에 적용하였을 때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현실의 수중 운송체는 다양한 형상을 지니지만 유체역학적으로 이들을 분류하면 크게 뭉툭한 물체(bluff body)와 유선형 물체(streamlined body)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두 형상에 대해서 각각 초소수성 표면의 영향을 살펴보았고, 초소수성 표면이 뭉툭한 물체에서도 저항 감소를 달성할 수 있음을 보였고 (뭉툭한 물체의 경우 10%), 유선형 물체의 경우 유동에 대한 받음각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초소수성 표면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표면의 공기층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물속에 잠긴 공기층은 확산에 의해 자발적으로 사라져가며, 표면에 빠른 유동이 흐를수록 그 속도는 빨라집니다. 표면 공기층을 유지, 복원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데, 효과적인 유지/복원을 위해선 초소수성 표면 공기층이 유동 조건에 따라 얼마나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지, 이에 따라 공기층 수명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저는 평평한 표면에 초소수성 표면을 설치하였을 때, 표면 위를 흐르는 유동에 의해 사라져가는 공기층을 정밀 관찰하고, 유속에 따른 공기층 손실 속도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초소수성 표면에 형성된 공기층의 손실 속도는 초기에는 공기층 표면 곡률의 함수로 나타났고, 후기엔 공기층 위를 흐르는 유동 속도의 함수로 나타났습니다.


2. 초소수성 표면은 수중에서는 공기층을 생성해서 운송체의 저항을 줄이거나 부식방지 등의 기능들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초소수성 표면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 및 예시가 궁금합니다.

초소수성 표면에 의한 항력 저감에 대해선 앞서 많이 말씀드렸으니 이번에는 항력 저감 이외의 활용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부식 방지, 결빙 방지, 진동 감소, 소음 감소"가 있습니다.



초소수성 표면에 형성된 공기층은 기본적으로 표면에 흐르는 유체가 고체 표면에 닿지 않도록 하므로 이처럼 결빙 방지와 부식 방지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또 표면의 미끄러짐 효과가 유체 요동의 규칙성을 교란시켜 회전체에 의해 발생하는 소음 및 진동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각각의 적용 사례가 모두 실생활 및 산업 현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됩니다.


3. 1년 전에 UCLA에서 보트 표면에 초 소수성 표면으로 공기층을 만들어 마찰을 30% 감소시켰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현재 국내 연구는 어느 수준까지 왔으며, 추가로 극복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UCLA의 CJ Kim 교수님 연구실은 초소수성 표면에 관한 세계 최고의 연구실로, 아직 국내에서는 이와 같이 실제 배의 표면에 초소수성 표면을 설치하여 테스트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 지도 교수님인 박형민 교수님께서 CJ Kim 교수님 아래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하셨었고, 최근에도 방문 교수로 다녀오신 만큼 우리 연구실이 국내에선 가장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소개 해드린 대로 우리 연구실은 초소수성 표면의 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는 크게 수중 혼합물이 초소수성 표면에 미치는 영향 평가, 매우 빠른 유동에 노출된 초소수성 표면의 성능과 안정성 평가, 초소수성 표면의 안정성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방법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매우 도전적이고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연구이니만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4. 같이 연구하고 계신 연구자나 실험실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지금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의 다상유동 및 유동 가시화 연구실에서 박형민 교수님의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연구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저희는 2개 이상의 상이 공존하는 다상 유동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유체-고체 상호작용 (예: 곤충의 날개짓), 초소수성 표면을 이용한 유동제어 등을 최첨단 실험 기법을 통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주로 살펴보는 대상들은 모두 산업계 및 실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물론 학술적으로도 의미가 있어서 다양한 국가 과제 및 산학 과제를 활발히 수행하며 유수의 학술지에 꾸준히 논문을 게재하고 특허를 출원하고 있습니다.



대학원 연구원으로 있는 기간 동안 하루의 대부분을 연구실에서 보내는 만큼 연구실의 분위기, 연구실 구성원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연구실은 구성원끼리 관계도 돈독하고 교수님도 합리적으로 대해주셔서 생활면에서 크게 만족감을 느끼며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입학 연도가 많이 차이 나는 선후배 사이에도 허물없이 지내고 있고, 단합도 잘되어서 함께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소속감과 연대감 속에서 기쁜 마음으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5. 영향을 받은 연구자가 있다면?. 또한 어떤 영향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역시 지도교수님이신 박형민 교수님. 대학원에 들어와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하나하나 지도를 받으며 성장해온 만큼 연구자로서 저의 특징과 강점, 취향에 모두 그분의 영향이 스며들어있습니다. 배운 점이 정말 많은데 가장 인상 깊은 것 하나만 꼽자면,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꼽고 싶습니다. 저희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연구 능력에 앞서서 태도를 갖출 것을 강조하십니다. 우리가 연구하는 대상들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현대 과학, 공학에서 한 명의 연구자가 모든 것을 해내는 일은 없다시피 합니다. 특히 다양한 학제 간의 교류와 공동연구가 강조되는 시대에 타인과의 협업은 필수라고 할 수 있는데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저희 교수님에게 배웠습니다. 협업은 분명 장점이 많지만, 그에 따라 혼자서 연구할 때는 겪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현명하게 해결할수록 그 협업이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저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일할 때는 무조건 혼자 일할 때보다 더 책임감을 느끼고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나보다 경험이 부족한 후배여도 연구와 관련해서 논의를 나누면 배울 점이 있다는 것,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 정말로 혼자서는 해낼 수 없었던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두 번째로는 직접 아는 분은 아니지만, 리처드 해밍 (Richard W. Hamming) 박사님입니다. 이분의 ‘You and your research’라는 세미나를 글로 접했는데 연구자로서 제가 가져야 할 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 이광근 교수님 홈페이지에 번역본이 공개되어 있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해밍 박사는 당시 세계 최고의 연구소였던 벨 연구소에서 재직하며 수많은 연구자를 관찰하며 본인이 내린 ‘좋은 연구자’의 공통점 혹은 특징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여러 가지를 이야기하는데 제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은 문을 열고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라는 것은 당장의 내 일에 매몰되어 주변은 안중에도 없이 하나만 바라보는 (문을 닫고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는 것을 지양하라는 가르침입니다. 해밍 박사는 문을 닫고 연구하는 연구자가 당장의 실적은 앞설지 모르나 10년이 지난 뒤에 가치 있는 연구, 중요한 연구를 하기 위해선 문을 열고 주변에 귀 기울이고,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내 동료들은 어떤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상대학교 산업시스템 공학부의 변재현 교수님입니다. 변재현 교수님은 연구뿐만 아니라 삶의 멘토로서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개인적인 내용도 많아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지만 근래엔 교수님께서 해주신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일과를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는 시기가 되면서 당장의 연구는 물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도 커져 마음을 잡기가 어려워졌는데요, 이때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크게 휘둘리지 않으면서 연구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6.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하면 할수록 연구가 더 재미있어진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다행이게도 자연 현상은 우리에게 적당한 만큼 닫혀 있어서 우리가 단순히 포착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아예 포기하기엔 이해의 가능성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자들은 그 가능성의 문을 조금이라도 넓히고, 자기 이외의 다른 사람들도 그 문을 드나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이 제게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처음에는 정말 난해해 보이고 해결할 수 없어 보였던 문제가 노력을 들일수록 점점 나에게 가까워지고 결국에는 해결에 이르게 되는 일은 대체하기 어려운 소중한 경험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공학은 이러한 나의 연구가 실생활과 산업 현장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저절로 보람이 생기게 됩니다.


7. 이 분야로 진학(사업) 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유체공학의 경우 학부 과정 때 배우는 내용과 실제 우리가 연구에서 수행하는 일이 크게 다릅니다. 따라서 이 분야에 뛰어들기에 앞서 산·학계 최전선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에 대해 매체를 통해서 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유체공학은 역사가 오래된 분야이니만큼 처음 진입할 때 익혀야 할 지식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이것이 초심자에겐 큰 어려움이 되지만 인내를 가지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본인만의 노하우를 갖게 되면 도리어 자신만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니 이점을 고려하면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8. 앞으로 진행할 연구 방향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최근 1,2세기에 걸친 산업화와 도시화, 기술의 발달로 환경이 훼손되어 왔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로 모두들 심각한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이와 관련해서 자연과학, 공학 분야에서도 많은 연구자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기술이 초래한 문제를 다시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현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가장 멋진 일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유체공학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환경은 유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연을 구성하는 대기와 바다는 모두 유체로 이루어져 있고, 자연의 순환은 곧 유체의 순환입니다. 심지어 환경을 훼손하는 수많은 폐기물들도 유체의 형태를 띤 것이 많습니다. 유체공학 연구를 통해 망가진 환경의 순환을 개선하거나 폐기물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고, 그 일에 제가 기여할 수 있다면 참으로 기쁠 것 같습니다.


9.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대학원 연구원 신분으로 자신의 연구와 생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연구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김현석 박사과정의 최근(대표)논문

- Kim, H. , & Park, H. (2019). Diffusion characteristics of air pockets on hydrophobic surfaces in channel flow: Three-dimensional measurement of air-water interface. Physical Review Fluids, 4(7), 074001. (Editor’s Suggestion)
- Lee, J., Kim, H. , & Park, H. (2018). Effects of superhydrophobic surfaces on the flow around an NACA0012 hydrofoil at low Reynolds numbers. Experiments in Fluids, 59(7), 1-18.
- Kim, N., Kim, H. , & Park, H. (2015). An experimental study on the effects of rough hydrophobic surfaces on the flow around a circular cylinder.Physics of Fluids,27(8), 085113.

 
  • super-hydrophobic
  • Autonomous Underwater Vehicle
  • AUV
  • hydrophob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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