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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와인의 압력(1), 압력 용기

      조준현(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 2020-05-11 오후 3:28:37


     




     


    기계공학, 특히 열유체분야에서 다루는 많은 시스템들은 압력이 작용하는 시스템이 많다. 에어컨, 냉장고와 같은 가전 제품뿐만 아니라 발전소, 자동차/비행기 엔진 등과 같은 시스템들이 그러하다.

    압력이 중요하게 고려되는 와인은 바로 샴페인(Champagne) 이다.

    와인 속의 공학 이야기 칼럼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인공인 샴페인은 타 와인들과 다르게 탄산, 즉 이산화탄소가 용해되어 있는 액체로, 현재의 모습을 가지기 까지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되어 발전해 온 와인계의 공학적(?) 산출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먼저 쉽게 떠올리는 파리바**에서 판매하는 샴페인은 샴페인이 아니라 단순한 스파클링 음료이며, 샴페인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 와인은 오로지 프랑스 샴페인(상파뉴, Champagne) 지역에서 샴페인 방식으로만 만든 스파클링(버블이 있는, sparkling) 와인뿐이다.

    그리고 이 샴페인의 내부 압력은 무려 6기압이다.

    일반 승용차 타이어 압력이 보통 2.5기압 정도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놀라운 압력이며, 그 압력을 버티고 있는 유리병과 샴페인 코르크, 그리고 코르크를 감싸고 있는 철사로 된 이름 모를 그것(뮤즐렛 muselet 이라고 한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샴페인은 어떻게 발전해왔을까?






    샴페인 중 가장 유명한 샴페인은 돔 페리뇽(Dom Perignon) 으로 샴페인을 ’발명’한 수도사(Dom) 이름(Perignon)을 딴 샴페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며, 돔 페리뇽이 샴페인을 발명했다 라기 보다는, ’샴페인 지역에서 샴페인 만드는 방법을 정립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상파뉴 지역의 오빌레(Hautvillers)라는 작은 마을의 수도사였던 페리뇽(1639년 출생)은 미사에 필요한 와인을 관리하는 사람(셀러 마스터cellar master, 1668년부터)이었는데 유럽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와인을 만들었기 때문에 수도사들이 전문 양조자 역할을 같이 했다.

    돔 페리뇽은 봄만 되면 와인셀러에서 와인 병이 터져 깨지는 현상을 목격하고, 이 와인 병이 왜 깨지는지, 깨지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상파뉴 지역은 프랑스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가장 북쪽의 내륙지역으로, 서늘한 기후로 인해 포도가 천천히 익는다. 이에 수확이 늦어지며, 온도 조절장치가 없던 시절이라 자연스럽게 추운 시기에 발효가 진행되었으며, 낮은 온도에서는 효모가 활동을 중지하게 되어 와인에 잔여 당분이 존재하게 되었다. 병에 들어있던 와인이 봄철이 되면서 다시 온도가 올라가 효모가 다시 당분을 발효하기 시작하여 내부에서 이산화탄소가 다시 생기면서 내부 압력이 상승하여 병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게 되는 것이었다. 결국 잔당이 있는 스틸 와인을 병입하고, 병 내부에서 두 번째 발효(2nd Fermentation)가 진행되어 병 내부에 이산화탄소가 발생한 것이 스파클링 와인이 되는 원리였던 것이다. 이를 돔 페리뇽이 발견하였다고 한다.



    샴페인의 내부 압력은 6기압 정도로, 결국 샴페인 병은 압력 용기가 되고, 코르크가 Seal이 되는데, 당시 기존의 일반 유리병과 일반 나무 마개는 샴페인의 압력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이에 돔 페리뇽이 두꺼운 유리병을 사용하고, 코르크 마개를 도입하고 이에 적합한 압력의 탄산이 생기도록 와인 제조법을 정립했다. 오빌레 수도원에서 돔 페리뇽의 업적을 홍보하면서 코르크 마개를 발명한 것으로 기록하여 이 또한 샴페인의 상식으로 널리 퍼졌는데, 최근 자료에 의하면 이는 영국에서 넘어온 기술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출처: Peter Liem, Champagne, Ten speed press, 2017)

    이 당시 프랑스에서는 wood-fired 연소 기술로 일반 유리 밖에 생산하지 못했는데, 영국에서 이미 coal-fired 기술로 강한 유리 병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돔 페리뇽은 샴페인 포도 생산 및 샴페인 제조법을 정립한 것은 맞으나(TRL을 체계적으로 높였다) 최초로 발견/발명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대세 의견이며, 실제로 영국에서 돔 페리뇽 출생 이전에 프랑스에서 수입한 와인을 2차 발효하여 스파클링 형태로 마셨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한다.



    샴페인 상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기술은 바로 6기압을 견딜 수 있는 압력 용기 기술과 압력 용기의 기밀을 유지할 수 있는 밀봉 기술이었던 것이다. 가정용 LPG 탱크의 충전 압력이 7-9 기압 정도인 것을 다시 떠올려 본다면 샴페인 병의 내압 능력은 상당히 훌륭한 것으로 느껴진다.

    구조 역학의 내부 압력을 받는 압력 용기의 스트레스 계산 예제를 떠올려보자. 원형의 단면을 가지는 실린더형 용기가 사각형 단면의 용기보다 내압에 유리하며, 제작의 용이성 등을 고려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많은 압력 용기 및 파이프 등은 모두 실린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와인 병뿐만 아니라 샴페인 병은 실린더 형태의 구조에 특히 바닥에 오목하게 패인 펀트(Punt)가 포함된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 내압에 유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아치형의 다리, 터널의 모양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펀트 형태는 레드 와인이 숙성되면서 내부에서 생기는 침전물을 병 가장자리로 가라앉혀 와인을 따를 때 침전물이 쉽게 나오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나 샴페인 병은 일반 스틸 와인 병 보다 병 두께가 더 두꺼우며, 펀트도 더 깊다. 모두 내부 압력을 견디기 위한 방법들이다.



    샴페인의 높은 내부 압력을 이용하여 샴페인 병 목을 칼로 내리쳐셔 병 목만 부수어 샴페인 병을 오픈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사브라주 (Sabrage)라고 한다. 나폴레옹이 전장에서 샴페인 병을 이렇게 따서 마셨다고 전해지는데, 말을 탄 상태에서 뮤즐렛 풀고, 코르크 돌려서 오픈하는 모습이 이상하기는 하다.


    샴페인 사브라주는 유튜브의 많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심지어 사브라주 전용 칼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브라주는 내부 압력이 높은 샴페인에서만 수월하게 가능하며, 제조법의 차이로 인해 약한 탄산만 있어 내부 압력이 2.5기압 이하로 샴페인의 6기압만큼 높지 않은 이탈리아의 프로세코, 모스카토 다스티 등의 와인 병은 사브라주가 잘 되지 않는다.



    돔 페리뇽이 봄철 내부에서 생성되는 탄산에 따른 내부 압력의 증가로 유리병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두꺼운 병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것처럼,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기계 시스템들이 생산되기 시작한 1800년대 1900년대 초기 보일러 폭발에 의한 희생자 발생을 줄이기 위하여, 미국 기계학회(ASME)에서는 압력 용기의 표준적인 규정집을 1914년에 만들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ASME 보일러 및 압력용기 코드(ASME Boiler & Pressure Vessel Code (BPVC))이다. 전세계적으로 표준적으로 쓰이고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는 아스메 코드라고 많이 부르고 있다.
    보일러 및 압력용기 코드는 총 12개의 섹션(section)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섹션 1에서는 동력 보일러, 섹션 3은 원자력, 섹션 8은 압력용기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특히 섹션 8의 압력용기는 다시 세부적으로 디비전(division) 1,2,3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대부분의 상용화된 압력 용기는 디비전 1에 해당하며, 특수 목적의 초고압용기는 디비전 3에서 다루고 있다. 재료의 종류에 따라 압력 용기를 만들 때 결국 용기의 두께를 얼마로 해야하는지가 핵심이며, 다양한 형상, 노즐의 유무 및 위치, 용접 등에 대한 경우에 대하여 사용자들이 쉽게 표나 그래프에서 찾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공학적 계산과 경험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표준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무조건 두껍게 압력 용기를 만들면 안전 하겠으나, 공학적 관점에서 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여,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압력 용기의 적절한 두께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내부 압력뿐만 아니라 진공 용기에서는 대기압의 외압을 받으므로, 이러한 외압을 받는 용기에 대한 설계 표준들도 정립되어 있으며, 실제 용기 제작 후 내압 테스트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표준들이 규정으로 정해져 있다. 이러한 ASME 압력 용기 코드에 대한 내용은 대한기계학회에서 매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관련자들은 교육 수강을 통해 코드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또한 요소 기기들을 연결하는 파이프의 경우에는 ASME B31 코드에 안전을 위해서 해당 압력, 온도, 재질의 파이프에서 적정 두께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필자도 ASME 압력용기 코드 및 파이핑 B31.1 코드 등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였으며, 이에 샴페인 병 설계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농담으로 얘기할 수 있겠다.

    이번 칼럼에서는 샴페인의 상업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와인 병 기술의 발전과 현대의 내압 용기 관련 코드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 해보았으며, 다음 편에서는 두번째 중요한 역할을 한 코르크와 현대의 밀봉 기술에 대하여 다루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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