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반적으로 탄산이 있는 와인을 ’샴페인’으로 부르고 있고,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은 베이커리에서 케이크와 함께 파는 것이 샴페인 아니야? 라고 할 것이다. 이는 잘못된 상식이며, 실제로 탄산이 있는 와인을 통틀어서 스파클링(Sparkling) 와인이라고 부른다. 이 스파클링의 특징적인, 그리고 제일 비싼 한 종류가 샴페인이다. 샴페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1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샹파뉴(Champagne) 지역에서 샴페인 방식(혹은 전통방식으로 부름, 2번의 발효를 거치며, 2번째 발효를 병 속에서 진행)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정확한 생산 규정(포도품종, 발효 과정, 숙성기간 등)을 지켜야 라벨에 샴페인이라 표기할 수 있다.

’샴페인의 탄산은 내부에서 생성된 것으로 외부에서 탄산을 주입하지 않는다.’

와인은 효모(이스트, yeast)로 포도당을 발효해서 알코올로 만든 음료이며 이를 화학식으로 간략하게 표시해보면,




로 쓸 수 있다. 바로 알 수 있듯이 발효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이산화탄소를 날려 보내면 탄산이 없는 스틸(still) 와인이 되며, 이산화탄소를 병에 가둬두면 탄산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이 되는 것이다. 샴페인은 좋은 토양과 기후에서 자란 좋은 포도를 사용하며, 탄산을 만드는 데보다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타 스파클링 보다 맛이 더 풍부하고, 그래서 비싸다.






샴페인을 글라스에 따르면 무수히 많은 버블들이 아름답게 올라온다. 샴페인에서 버블의 크기, 밀도, 지속성은 샴페인 퀄리티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된다. 현재 대부분의 샴페인은 길쭉한 모양의 플루트(Flute) 글라스를 사용하는데, 1800년대 후반 프랑스의 벨에포크(Belle Epoque, 아름다운시절) 시대에는 넓은 보울(Bowl) 형태의 쿠페(Coupe) 글라스가 유행이었다. 체코 출신의 유명 화가, 알폰스 무하가 그린 샴페인 포스터에 보면 쿠페 글라스에 샴페인을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향이 풍부한 고급 샴페인은 보울이 넓은 글라스에 마시는 것이 정석이라고 알려져 있다. 과연 샴페인을 즐기는 데 길쭉한 글라스가 좋은지, 넓은 글라스가 좋은지 이에 대한 유체역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한 프랑스 상파뉴 지역 랭스(Reims) 대학의 제라드 리제 벨에르 교수 연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플루트 잔에서 버블이 고르게 섞이기 때문에 향 발산이 더 많이 된다.’

’쿠페 coupe 잔에서는 버블이 순환하지 않는 데드존(Dead Zone)이 생겨 오히려 플루트 잔 보다 탄산가스(이산화탄소)의 확산 면적이 작다.’


이것이 그의 연구의 결론이다. 이를 레이저 토모그래피 tomography 유동 가시화를 통해 검증하였는데, Figure 3과 4에서 각 글라스 내부에 샴페인 내부 유동의 궤적을 볼 수 있다.



플루트 글라스 아래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버블이 잔의 윗면에서 다시 아래로 내려오면서 회전유동 swirl 이 발생하여 와류 Vortex 가 생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Figure 3과 같이 Flute 글라스에서는 글라스 내부에서 활발한 mixing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Figure 4의 넓은 글라스에서는 글라스 가장자리로 흐름이 발생하지 않는dead zone이 발생하여 가장자리에서 실제로 gas 들이 피어 오르지 않는다 라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검증하였다.



메커니즘을 모식도로 표시하면 Figure 5와 같으며, 넓은 글라스는 중앙에서 스월링 모션에 의해 다시 하강하는 유동이 생겨 글라스 가장자리에서는 버블이 피어나지 않는다 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향은 샴페인의 표면에서 발산되는 gas (기체) 형태의 향을 가진 분자 형태의 물질이다. 샴페인에서 버블은 이산화탄소이며, 이산화탄소는 적외선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면 이산화탄소 기체의 분포를 볼 수 있다.

리제 벨에르 교수의 2016년 논문에서 잔 내부의 2상 (two-phase) 버블 유동과 표면의 기체 유동을 동시에 가시화한 Figure 6의 결과를 보면 우측 플루트잔에서 이산화탄소의 확산 크기 및 높이, 강도 모두 coupe 잔 보다 우세한 것을 알 수 있다. 내부 활발한 유동에 의해 샴페인 표면의 전 영역에서 이산화탄소가 피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 때 향을 가진 물질들이 함께 피어올라 우리가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글라스 내의 활발한 버블 유동은 기체의 확산뿐만 아니라 샴페인 표면에서도 더 작은 마이크로 버블들을 발생시켜 아로마를 가진 입자들을 활발히 퍼뜨리게 되는데, 이 또한 플루트 잔이 유리하다.







그의 연구에서는 분명 플루트 잔이 향 발산에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연구의 한계 및 Future works도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스틸 와인들에서 아로마를 코로 이송시키는 매질은 알코올이다. 알코올이 휘발되면서 향 분자들이 함께 피어오르는 것인데 샴페인 글라스에서 이 휘발되는 알코올 영향은 고려되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는 샴페인에서 향을 발산시키는 메커니즘을 자연 부력에 의한 버블의 상승, 샴페인 표면에서의 버블의 터짐. 이에 의한 향의 발산이 알코올에 의한 향의 발산보다 우세한 메커니즘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하여 잔 내부에서는 two-phase bubble 가시화, 잔 표면에서는 이산화탄소 gas 가시화를 통해 이 논리를 검증하였다. 이는 분명 스틸 와인과 다른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의 다른 driving force이며 이에 대해서는 필자도 공감한다. 하지만 알코올의 확산까지 정량적 측정이 가능하다면? 그때서야 완벽하게 메커니즘을 정립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의 가시화 실험에서는 실험의 대조군 설정을 위해 버블이 생성되는 시작점을 글라스 바닥 중심으로 만들었다. (마이크로 스크래치를 내면 이 부분이 핵 nucleation 이 되어 버블이 여기서부터 생성된다.) 동일 압력을 가지는 샴페인을 동일 포인트에서 버블을 위로 솟아나게 하면 수직 이동 거리가 긴 플루트 잔에서 버블 발달로 인한 유동 mixing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는 것은 자명하다. 실제 샴페인을 마실 때 버블이 생기는 곳이 글라스 중앙뿐만 아니라coupe 잔의 여러 곳에서 생긴다면? 마시는 사람이 잔을 스월링 한다면? coupe 잔에서도 충분히 mixing이 일어나 dead zone은 사라질 것이다.


돔페리뇽, 크리스탈 등과 같이 초고가의 프리미엄급 샴페인들은 보통 수십년 장기 숙성을 고려하여 생산되며, 최소 10-20년 이상은 숙성시켜야 본 모습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은 샴페인이 가진 모습이 모두 발현되기 전, 즉 어린(Young) 상태로 시장에 출시된다. 이에 이러한 샴페인을 마실 때 공기와 접촉시켜 숙성(산화) 효과를 조금 얻는 브리딩 (Breathing)을 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 때는 접촉면적이 넓은 쿠페 형 글라스가 유리할 것이다.

그의 연구는 실험적 한계는 존재하나, 샴페인 내부의 버블의 움직임을 수치화하고 모델링했으며, 정량적 가시화 기법을 통해 입증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동일 조건에서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플루트 잔에서의 버블 유동에 의해 샴페인 표면에서 기체의 확산이 더 잘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에 있다. 이 연구에서 다루지 않은 넓은 coupe 잔에서의 알콜 기화에 의한 향의 발산 미검증, 버블 시작점의 통제에 대한 실험적 한계가 있으나 고급 샴페인을 마실 때 플루트 잔으로 마시는 건 와인을 잘 모르는 행위다. 라고 얘기하는 것은 와인쟁이의 잘못된 허세라고 하는 것은 명백하다. coupe 잔이냐 flute 잔이나 하는 것은 기호의 차이로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