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drone·무인비행장치)은 얼마나 작아질 수 있을까. 세계적으로 드론은 항공 촬영이나 대규모 농업 등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고 지난 연말엔 아마존이 첫 드론 배송에 성공하면서 드론 산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다. 하지만 일반인에겐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드론이나 고가의 장난감(?)을 접할 기회가 좀처럼 없다. 당연히 날로 커지는 드론의 존재감이 얼른 와닿진 않는다.

만약 셀카봉처럼 작은 드론을 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다 화장 잘 먹은 어느 날 ’셀카’ 찍을 때 쓴다면? 부디 비웃지 마시길. ’셀기꾼(셀카+사기꾼)’에게 얼짱 각도 못지않게 중요한 건 내가 아닌 누군가 찍어준 듯한 자연스러움이니까. 기왕이면 영화 ’엑스맨’의 매그니토처럼 손짓만으로 드론을 움직일 수 있어도 좋겠다. 뭐든 단출한 게 좋은 기자에겐 조종기 휴대마저 거추장스럽다.

마침 지난 6월 중순 셀기꾼의 욕심을 채워줄 만한 초소형 드론이 출시됐다.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DJI의 미니 드론 ’스파크’를 용인에 있는 실내 드론 비행장 DJI아레나에서 체험해봤다. 정말 ’1인 1드론’ 시대가 가능해질까 하는 호기심에 가득 차서.

에계?

스파크와 마주한 첫인상이다. 작다. 손가락 크기만 한 프로펠러 4개를 빼면 스파크 본체 크기는 아이폰보다 작다. 전체적으로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착륙시킬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에 무게는 탄산음료 캔보다 가벼운 300g이다. 촬영용으로는 이미 상당히 작은 모델이었던 DJI ’매빅’보다 더 작아진 초소형 드론이다. 원하던 대로 핸드백에도 넣을 수 있는 크기다.

작다고 무시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이 조그마한 녀석, 성능이 만만찮다. 스파크는 아이폰보다 카메라 사양이 높다. 1080p 고화질 동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드론에 달린 카메라의 영상은 휴대폰에 실시간 전송된다. 휴대폰 화면을 직접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드론 기체는 스마트폰을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하면 최대 50m 높이까지 올라가고 사용자와 100m 거리까지 떨어질 수 있다. 조종기와 연동하면 최대 2㎞까지 날려 보내는 게 가능하다. 이땐 스포츠 모드로 최대 50㎞/h 속도로 빠르게 드론을 날릴 수 있다. 화면에서 터치한 곳으로 드론을 이동시키는 탭플라이, 사용자를 자동으로 따라오는 액티브 트랙, 자동 고도 유지(호버링) 등 각종 편의 기능도 갖췄다. 초소형 드론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스파크가 ’장난감’ 이상의 기능을 갖췄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마도 카메라 사양 때문일 터다.

자, 이제 실전에 들어갈 시간.

스파크 꽁지에 달린 전원 버튼을 두 번 빠르게 누르자 프로펠러에 달린 원형 LED에 불이 들어온다. 본체 앞부분에 달린 카메라에 얼굴을 읽힌 다음부터는 카메라의 렌즈가 기자의 얼굴을 따라 움직인다.

다음은 드론을 날려볼 차례. 사실 조종기 레버를 이용하거나 앱 화면을 터치해 전진과 후진, 고도 조절, 좌우 이동이 가능한 점은 DJI 이전 드론 모델과 다를 바 없다. 초소형 드론 스파크의 가장 큰 매력은 손동작만으로 기능 일부를 제어하는 ’제스처 모드’다. 드론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금세 조작법을 익힐 수 있다.

전원이 켜진 스파크의 전원 버튼을 다시 두 번 빠르게 누르자 손바닥 위에서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한다. 이 상태에서 손을 가만히 떼면 이륙 성공이다. 스파크는 있는 힘껏 붕붕거리며 공중에서 제자리 비행 중이다. 손을 뻗어 스파크에 손바닥을 펴 보이자 기특하게도 손동작을 인식하고 다음 제스처 명령을 기다린다. 스파크 전면 카메라에는 사용자의 얼굴과 손동작을 인식하는 이미지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 센서는 다양한 손의 크기와 모양, 움직임을 미리 학습해둔 덕분에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한다고.

손바닥을 편 채로 좌우, 위아래로 움직이자 스파크가 손 방향을 따라 움직인다. 손동작 없이 걸어 다녀도 사용자와 적당한 거리(70㎝~1m)를 유지하며 따라온다. 다만 너무 빨리 움직일 땐 스파크도 버거운지 사용자를 놓치는 일이 생긴다. 순한 반려견과 산책하는 마음으로 스파크와 호흡을 맞춰야겠다.

드론을 좀 더 멀리 날리고 싶으면 카메라를 향해 ’안녕’이라고 인사하듯 손을 좌우로 흔들면 된다. 손동작 인식과 함께 스파크가 전방 약 5m 떨어진 곳으로 멀어진다.

자, 이젠 정말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스파크를 향해 양손 검지와 엄지를 합쳐 액자 모양을 만들면 약 3초 뒤 스파크가 촬영을 시작한다. 이때 LED 램프가 타이머처럼 빨간불을 깜빡이며 예비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포즈를 취하는 게 어렵지 않다. 이렇게 찍힌 사진이나 영상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이미지 파일은 스파크에 내장된 메모리카드에 저장된다. 드론으로 촬영 중인 영상을 페이스북 등 SNS에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도 있다.

촬영을 마친 뒤 스파크를 향해 두 팔을 벌리고 ’Y’ 자세를 취하자 기체가 다시 앞으로 내려온다.

비행 중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사용자와 연결이 끊길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경고를 표시하고 자동으로 처음 위치로 돌아온다. 만약 조종기와 드론 사이 신호가 끊기면 신호가 다시 들어올 때까지 제자리에서 비행을 유지한다. 스파크는 센서를 통해 장애물을 스스로 감지하고, GPS 신호를 통해 처음 이륙했던 포인트 지점으로 알아서 복귀한다. 비행이 금지되거나 제한된 구역도 피해간다. 똑똑하군. 적어도 배터리가 떨어졌다고 갑자기 행인 머리 위에 떨어질 위험은 없을 듯하기도.

단 배터리가 아주 방전되면 드론이 어쩔 수 없이 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착륙한다. 이때 물 위에 착륙이라도 해버린다면 이 비싼 장난감과는 영영 이별이다. 드론이 배고프다고 찡찡댈 때 미리미리 배터리를 충전해주는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배터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짧은 비행 시간은 초소형 드론 스파크의 가장 큰 약점. 스파크 내장 배터리는 1480㎃h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최대 16분을 비행할 수 있다. DJI 측은 동급 성능 제품군에서는 가장 긴 시간을 비행한다 강조했으나 날씨나 기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16분 비행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프로펠러를 보호하는 프로펠러 가드 등 액세서리를 달고 비행할 땐 비행 시간이 더 짧아진다.

배터리 하나를 완충하는 데 드는 시간은 약 45분. 1시간 정도 드론을 날리려면 배터리 여유분을 최소 3개 이상 휴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파크 본체와 배터리, 프로펠러 등을 포함한 기본 구성은 62만원이지만 추가 배터리와 가방, 충전기가 추가된 플라이 모어 콤보는 87만원이다. 다양한 실내외 환경에 따라 비행 시간이 좀 더 단축될 수 있지만 이 역시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은 전동장치들에 있어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또 하나. 초소형 드론의 크기가 작고 가벼운 만큼 강한 바람에는 취약하다. 스파크뿐 아니라 보통 야외 환경에서 드론을 날릴 때에는 풍속 확인이 필수다. 스파크 운행에 권장되는 환경은 풍속 시속 20㎞ 이하다. 바깥에서 날릴 때 갑작스레 부는 바람 등에는 완벽히 대처할 수 없다.

무엇보다 드론 구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아직 드론을 날릴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광나루 모형비행장, 신정비행장을 제외하면 서울 내에서 드론을 마음 놓고 날릴 수 있는 곳이 없다. 서울 대부분 지역은 비행제한구역. 사전허가를 받아야 불법 비행을 피할 수 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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