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양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수확한 포도를 큰 통에 넣고 사람이 들어가 포도를 밟는 장면이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 와인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기계를 사용하여 포도를 압착(pressing)하며, 발효(fermentation) 과정에서 펌프로 포도 주스를 아래에서 위로 계속 순환시켜주는 펌핑오버(pumping over) 등을 사용하여 와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전통을 추구하는 와인 생산자는 발효에 오크통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생산자는 발효 과정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사용하며, 여기에 온도조절장치, 즉 칠러(chiller)와 히터(heater), 그리고 컨트롤러(controller)를 사용합니다.



발효에 사용하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이미지 출처: 조준현(2020))

포도당이 효모에 의해 발효되어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바뀌는 과정이 와인의 발효 과정이며, 이때 발효를 제어할 수 있는 인자 중 하나가 바로 발효 온도입니다.



와인의 과학적 표현(이미지 출처: 조준현(2020))

와인 발효는 주로 15~18℃에서 이루어지며, 포도의 품종, 와인 메이커의 의도에 따라 5~8℃ 정도에서 저온 발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온도를 올리는 방법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연료를 태워 불을 피우면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온도를 낮추려면 냉동기를 이용해야 합니다. 냉동 기술은 1800년대 중반에서야 상용화된 기술입니다.

냉동 기술과 샴페인 스타일의 변화

냉동 기술 덕분에 가장 크게 스타일이 변한 와인은 바로 샴페인입니다. 샴페인은 프랑스 북동부 샹파뉴
(Champagne)에서 샴페인 제조법으로 만든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냉동 기술이 개발되기 전의 샴페인은, 내부에 찌꺼기가 남아있는 탁한 스타일이었는데, 냉동 기술 덕분에 우리가 쉽게 보는 깨끗한 스타일의 샴페인이 탄생했습니다.

샴페인은 2번의 발효 과정에서 특히 2번째 발효를 병 속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제조법이 샴페인을 최고의 와인으로 만들어주는 비법입니다.

2차 발효를 마치면 리스(lees)라고 부르는 효모찌꺼기가 생기는데, 이 효모찌꺼기와 함께 최소 9개월 이상 숙성됩니다. 고급 샴페인일수록 숙성 기간은 길어져 5년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리스컨택트(lees contact) 숙성 덕분에 샴페인에 고소한 빵이나 곡물류의 풍미가 더해져 복합적인 풍미가 탄생합니다.



샴페인 제조법(이미지 출처: Wine Folly)

그렇다면 병 안에 남아있는 효모찌꺼기를 밖으로 꺼내고 깨끗한 샴페인만 병에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772년 탄생한 유명 샴페인 하우스인 뵈브끌리코의 끌리코 여사는 샴페인 병을 거꾸로 꽂아두고 매일
조금씩 병을 돌려 퍼져있는 효모찌꺼기를 중력의 힘으로 병목으로 모으는 기법르미아주(프랑스어
remiage, 영어로 riddling)를 고안하였으며, 이를 위한 거치대인 푸피트르(pupitre)를 만들었습니다.



뵈브끌리코의 르미아주와 푸피트르(이미지 출처: 조준현(2020))

그렇지만 끈적끈적한 효모찌꺼기를 병 밖으로 완전히 꺼내기는 어려워, 여전히 샴페인에는 효모찌꺼기가 남아있었습니다.

1800년대에 들어서야 냉동기를 이용해 이 작업을 깔끔하게 해낼 수 있게 됩니다.
비스듬히 꽂아둔 샴페인 병을 계속 돌리면서 조금씩 병목으로 찌꺼기를 모은 뒤, 마지막엔 병을 완전히
거꾸로 세워 찌꺼기가 병 입구에 몰리도록 합니다.
그리고 샴페인 병 입구를 &ndash\;27의 염화나트륨(NaCl) 용액에 담가 효모찌꺼기 부분만 얼립니다.
이후 병마개를 열면, 내부 압력에 의해 얼린 효모찌꺼기만 밖으로 빠져나와 (샴페인 코르크가 뻥! 하고
나오는 것처럼) 현재의 깨끗한 샴페인이 완성됩니다.

이 작업을 프랑스어로 데고르주망(degorgement), 영어로 디스고징(disgorging)이라고 합니다.
현재의 샴페인을 완성한 핵심 기술이 바로 냉동 기술이었던 거죠!

와인은 1800년대 1900년대를 거치면서 냉동/온도제어 기술의 개발과 함께 양조 공정의 효율화, 표준화를 통해 변화하는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그 품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이 질 좋은 와인을 더욱 쉽게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2020년에는 과거 자연 그대로의 와인 양조법으로 만드는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와인은 제조 방법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고 있어 마시고 즐길 재미가 풍부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와인, 오늘 한 잔 어떠신가요?

참고 자료 :
1. 조준현(2020). [칼럼] 4.와인 양조와 기계공학. 기계·건설공학연구정보센터, 1월 8일. http://materic.or.kr/communitis/list/list.asp?Board_idx=0 idx=2174

※ 본 내용은 MATERIC(www.materic.or.kr)에서 제공받은 연재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였습니다.
인용 출처: http://materic.or.kr/communitis/list/list.asp?Board_idx=0 idx=2174